시간을 내기 어려워 무려 6개월 간에 걸쳐 책을 읽고 난 소회를 간단히 피력해 보고자 합니다.
많은 얘기가 있지만 그의 마지막을 정리한 부분만 발췌해 올려 봅니다.
이명박정부가 출범하기 무섭게 부산상고 동문 정화삼씨가 월급사장으로 있던 제주도 제피로스골프장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되었다.
이해찬,한명숙총리 주변에 대한 국세청과 검찰의 수사 동향이 포착되었다.
오랜 후원자였던 태광실업 박연차회장에 이어 내가 허리수술을 받았던 우리들병원 이상호원장과
수도약품 김수경회장 부부를 국세청이 세무조사했다.
나중에는 창신섬유 강금원회장도 세무조사했다.
그 모든 세무조사의 표적은 노무현이었다.
나하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많은 기업이 모두 세무조사를 받았다.
심지어 내가 자주 다니던 식당도 세무조사를 당했다.
2009년 4월 9일 강금원회장이 구속되었다.
그는 뇌종양을 앓고 있어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다.
병보석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허가하지 않았다.
그 다음 날은 검찰이 조카사위 연철호를 체포했다.
4월 11일 아내가 부산지검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
건호는 열흘동안 여섯번이나 소환조사를 받았다.처남도 검찰에 불려 갔다.
4월 19일 검찰이 총무비서관이었던 정상문비서관을 대통령 특수활동비를 횡령한 혐의로
다시 체포했다.
그는 내 친구였다.그의 성품으로 미루어 나를 위해서 한 일이라고 짐작했다.
"그 동안 참여정부 사람들이나 그들과 혹시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심이 갈만한 사람은 다 조사하지 않았습니까?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가지 않았습니까?
이미 제 주변에는 사람이 오지 않은지 오래 됐습니다.
저도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제는 조심을 하지 않아도 아무도 올 사람이 없게 되었습니다.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검찰의 공명심과 승부욕입니다.
사실을 만들어야 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이렇게 이명박대통령에게 청원서를 썼고 검찰 수사팀 교체를 요청하려 했으나 아무 소용없을 것이라며
참모들이 강력하게 반대해 보내지는 않았다.
4월 30일 아침 여덟시.
봉하마을에서 검찰청사까지 5시간 20분 내내 취재차량과 방송 헬기가 따라왔다.
문재인,전해철 두 변호사가 조사에 입회했다.
건호가 관련되었다는 500만달러,아내가 받아 쓴 3억원과 100만달러 그리고 정상문비서관이 횡령했다는
12억 5천만원,문제는 이 세가지였다.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고 시간을 보냈다.
언론보도는 계속되었다.
아내를 다시 소환한다는 말이 돌았다.
아무도 진실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노무현은 600만달러 뇌물을 받은 사람으로 돼 있었다.
자기 잘못을 아내한테 떠넘긴 못 난 남편이 돼 있었다.
나는 파렴치한이 되고 말았다.
노무현은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졌으니 노무현을 버리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이 죽어야 진보가 산다고 했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나의 잘못,나의 실패,나의 좌절까지도 이해하며 변함없이 사랑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하려고 한 것이 분수에 넘치는 욕심이었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꾼 지도자가 되려고 한 것이 나의 역량을 넘어서는 일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여러 날 간직해 왔던 생각을 자판에 한 줄씩 적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봉하 들판을 내려다 보았다.
마지막으로 본 세상은 평화로웠다.
드디어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니 눈물이 자꾸 앞을 가리려 하네요.
먼지 터는 정도가 아니라 성능 좋은 쑤세미로 온 집안을 싸그리 닦아 냈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누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꿈 많은 청년 노무현을 이렇게 일찍 저 세상으로 보냈을까요?
아마 세상살이에 바빠 주위 일에 신경 쓸 겨를 조차 없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인지도 모릅니다.
갑자기 이명박대통령이 걱정되네요.
내년 쯤 그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요?
우리 집에서 본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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