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밤의 나라

흑파 2014. 1. 23. 16:03

밤의 나라(좋은 생각-나누고 싶은 이야기 코너)

 

 

밤은 소중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하다.

밤이 되면 친구들과 어울려 술 한잔을 하러 간다.

보통 10시면 끝나지만 때로는 12시를 넘기기도 하고 2차로 노래방을 가기도 한다.

우리나라 어디엘 가도 심야영업을 하는 술집은 물론 음식점을 찾을 수 있다. 심지어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도 있다. 24시간 문을 여는 마트도 있고 노래방, 나이트클럽은 아예 말할 것도 없다.

세계적으로 2차,3차란 말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닐까? 이에 맞춰 영업을 하는 게 택시, 대리운전이다.

수요가 있으니까 공급이 이루어진다.

밤에도 생산은 이어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밤새워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이다. 밤새워 일하고 빨리빨리

움직인다. 그만큼 긴 시간, 많은 생산을 한다. 우리나라는 하루 24시간 쉴새없이 돌아간다. 참으로 바삐

살고 열심히 일한다. 그러다 보니 여유를 찾는 시간은 야간이 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 같다.

매일 밤을 야간에 영업을 하며 밤을 지새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엔 너무 많다.

 

선진국엔 밤이 없다.

우리가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가게들도 4,5시면 모두 영업을 끝낸다. 밤이 없으니 그들에겐 밤 문화가 없다.

나는 우리나라의 밤이 좋다.

1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일이지만 새벽 2시가 돼도 집에 가라고 내쫓지 않는다. 노래방이나 택시는

오히려 그 시간에 오는 손님을 더 반긴다. 밤 12시 전후에는 손님이 넘쳐 놓치는 경우도 있지만 이 때 쯤

되면 뜸해지기 때문이다. 반기니 나는 건방을 떨 수도 있다. 건방을 떨 수 있다는 건 참으로 좋은 일이다.

그게 언제, 어디서나 함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겸손해 하면 더 잘 모신다. 나는 주로

겸손으로 건방을 떤다. 그것이 내 특기이다. 주인은 황송해 하며 더욱 머리를 낮춘다. 그들이 있어

밤을 즐길 수 있으니 그들에게 종종 고마움을 표하기도 한다.

술을 먹고 밤 늦게 집으로 향하다 보면 아직도 불을 밝히고 있는 수많은 업소들 간판을 보며 그들의

고달픔을 생각하게 된다.

늦게 나오긴 하겠지만 밤샘 영업이란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약국에는 야간 근무로 잠을 못 자

수면제를 타가는 불면환자들이 넘쳐난다. 누군들 밤에 편히 잠자고 싶지 않겠는가? 가는 사람은

밤을 즐기러 가고 그 시각, 그 곳에서 많은 역사가 이루어지지만 거기 있는 사람은 돈을 위한 고달픔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것 밖에는 먹고 살 방법이 없으니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일 뿐이고.

나는 먹고 살기 어려운 세상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속물 근성이 묻어난다.

밤에 길을 가다 보면 길 모퉁이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 쓰레기를 뒤지는 사람도 보게 된다.

잡 쓰레기를 수집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1백만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외국 얘기가 아니라 우리나라 얘기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가 된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엔

어두운 구석이 넘쳐난다.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밤에 갈 데가 없는 나라,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나라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