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내 인생의 클라이맥스" <약사가 말하는 약사> 게재분
01 동네약국
지금은 내 인생의 클라이맥스
| 김*욱 |
1949년 인천 출생.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다가 1977년 약국을 개설했다. 현재는 인천 남구
한나루로에서 다*랑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시약사회 약학위원장과 인천시 남구약사회 감사를 지냈고
현재 대한약사회 대의원·법제의원, 인천 남구청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역 의약품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약국과 마트
사이’등 많은 칼럼을 쓰고 있다.
필자
“약사님, 비아그라를 먹으면 성 기능이 좋아진다는데 나같이
고혈압에 부정맥이 있는 사람이 먹어도 되나요?”
“비아그라는 원래 심장약으로 개발돼 심장 박동을 증가시키는 효과
가 있거든요. 그래서 부정맥 환자에게는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고 일
시적으로 혈압을 높이는 경우도 있어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군요. 운동을 하지 말라는데 전혀 하지 않는 것이 좋은가요?”
“과격한 운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 조깅 같은 가벼운 운동은 고혈
압이나 부정맥에 도움이 되지요.”
우리 약국의 단골 고객 중에 70대의 한 남자 환자가 있다. 좀 떨어
져 있는 의원에서 처방을 받고는 반드시 우리 약국으로 온다. 대개 아
침 9시쯤 오는데, 내가 출근 전이면 약국 앞에서 기다렸다가 약을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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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약이 준비되지 않았을 때는 처방전을 두고 갔다가 다음 날 가지
고 간다. 약국 근처도 아니고 승용차로 30분이나 걸리는 지역에 사는데
도 그렇다.
약국에 오는 환자 중 가장 반가운 사람은 이렇게 내 말을 듣고 싶어
하고 귀담아듣는 사람이다. 올 때마다 약에 대한 것뿐 아니라 운동이나
음식 섭취에 대한 것도 한 가지씩은 꼭 질문한다. 바쁘지 않으면 내 지
식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친절하게 자세히 설명해 준다. 그러면“2만
원짜리 약 타 가면서 배워 가는 건 200만 원짜리네요.”라며 아주 고마
워한다.
운동과 생활, 섭생에 대한 것은 사실 의사가 전문이라 할 수 있는
데, 그들은 진찰하고 진단·치료·처방하는 데만도 시간이 부족하다. 물
론 약사들의 하루도 쉴 새 없이 돌아가기는 마찬가지지만 조금만 관심
을 기울이고 시간을 할애하면 별것 아닌 것으로도 환자들에겐 큰 도움
이 될 수 있다.
주민에게 먼저 다가가는 약사가 되고 싶어
80대 노인 환자가 오셨다. 무릎과 허리가 아프시단다. 우리 약국은
정형외과 처방이 거의 다여서 환자는 대부분이 50대 이후다.
“이 조제약에 4가지 약이 들어 있는데, 그중 하나가‘안트라퀴논’이
라고 염색이 되는 약이에요. 소변이 노랗게 나와도 놀라지 마세요.”
“그런 약도 있군요.”
“내외분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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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 그렇지요, 뭐.”
“자녀분은 자주 오고요?”
“자주는 뭘. 1년에 두세 번 올까 말까지요.”
“두 분만 사시는데 그러면 안 되지요. 요 뒤에 경찰서 있잖아요? 거
기다 신고해야겠네요.”
너무 좋아하면서 깔깔대고 웃으신다.
“적당히 가벼운 운동하시고요. 매일 동네 한 바퀴씩 도시고요. 지나
가다가 약국에 들러 아픈 얘기도 하시고 궁금한 것도 물어보세요. 자식
들도 만날 때마다 아픈 얘기만 하시면 듣기 싫어하잖아요. 약사는 아픈
얘기 듣는 게 일이니까 와서 하세요. 그런 얘기 듣기 싫으면 약사 그만
둬야지요, 뭐.”
“알았어요. 약사님, 고마워요.”
동네 주민들과 친해지려 노력하고 농담도 자주 한다. 아무리 바빠
도 복용 방법 외에 한마디씩은 건넨다. 환자들에겐 그 한마디가 매우
중요하다. 약이든 건강이든 생활이든 이 한마디를 통해 그들이 궁금해
하던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질병을 치료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이나 생활 습관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 이는 일반의약품과
의약외품 등을 취급하며 주민들과 늘 가까이 있는 동네약국 약사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매력이다.
약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주민들은 훨씬 더 약사를 믿고 의지한
다. 약사는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약국 외적으로도 지역 사회의 보건
리더로서 충분히 활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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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국을 찾은 환자에게 복약 지도를 하는 필자. 필자의 약국은 정형외과 처방을 들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환자의 연령대가 높다.
조제를 실수없이 완벽하게 하기는 힘들어
약국의 업무는 조제와 매약으로 구분된다. 조제는 의사 처방전에 따라 약
을 배합하는 것이고, 매약은 처방전이 필요없는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조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배합이 아니라 처방 검토와 복약 지
도다. 사실 배합은 기계적이라서 이미 조제량이 많은 대형약국에서는
이를 기계화했다. 심지어 버튼 하나만 누르면 조제가 완성되는 완전 자
동화 시스템을 사용하는 곳도 있다. 물론 우리 약국 같은 소형약국에서
는 아직도 일일이 약포지 하나에 한 알씩 담는 재래식 조제 방식을 사용
한다.
그렇다고 배합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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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이 급하다 보니 약사도 덩달아 급해진다. 약을 약 주걱에 넣는
순간 옆 주걱으로 튀어 한쪽에는 약이 둘이고 다른 쪽엔 약이 안 들어
가는 경우도 있고, 약포지에서 약 주걱을 빼는 순간 조제대로 떨어지는
경우, 약포지가 포장기에서 잘 안 눌러져 바닥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
다. 아무리 조심해도 차분히 점검할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실수를 아주
없애기는 어려운 것 같다.
본인 확인도 중요하다. 드물기는 하지만 의원에서 남의 처방전을
들고 오는 경우도 있고, 매번 이름을 불러 본인인지 확인하는데도 전화
를 받거나 다른 생각을 하다가 남의 조제약을 들고 가는 경우도 있다.
동명이인이 동시에 들어오는 경우도 보았다.
처방이 잘못된 경우도 볼 수 있다. 의사가 처방을 직접 해야 하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일반 직원을 통해 처방전을 발행하다가 실수가 생기
기도 한다. 훼스탈이나 둘코락스 같은 장용정, 빈혈에 쓰는 훼로바유,
천식에 사용하는 아스콘틴 같은 서방정은 부수면 안 되는 정제다. 그런
데 이를 반으로 나누거나 가루로 만들도록 처방하면 어떻게 될까? 약의
효과가 없어지는 것은 기본이고, 둘코락스 같은 변비약의 경우는 위에서
녹으니 장 뿐이 아니라 위도 흔들어 위경련과 함께 구토를 일으키게 된다.
서방정의 경우는 약이 일시에 녹아 혈중 농도가 일시에 높아지게 되고
짧은 시간에 배출돼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의사들은 약물의 상호 작용이나 제형에 대한 지식이 약하므로 이런
처방을 내리곤 한다. 이를 알려 주거나 확인하는 과정에서 처방을 검토
한 약사와 처방한 의사 사이에 충돌이 생길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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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맞춤형 복약지도가 필요해
복약 지도에서 개별 의약품의 효능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건 기
본이다. 조제약의 경우 위장해 예방과 복용 편의를 위해 식사 30분 후
에 복용하라고 지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혈압
약처럼 위장해 등이 적을 때는 공복 시 복용이 원칙이고, 위장약처럼
식전에 복용하거나 제산제처럼 식간에 복용해야 하는 약, 흡착성 지사
제처럼 다른 약과 2시간 정도의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하는 약도 있다.
의사가 지정한 경우가 아니면, 아침에 복용하는지 저녁에 복용하는지,
또는 식전인지 식후인지를 약사가 결정해 알려 주어야 한다. 이 경우
효과 외에도 환자의 생활 여건을 고려해 정해야 한다.
40대의 한 환자가 고혈압약, 당뇨약, 고지혈증약을 한꺼번에 처방
받아 조제해 주었다. 이런 약은 1일 1회 복용하는데 보통은 아침 식전
에 복용한다.
“아침 식사 하나요?”
“잘 안 하는데요.”
“저녁엔 술도 가끔 하지요?”
“자주 하지요.”
이런 경우 고혈압약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
고, 당뇨약은 아침 식전에, 고지혈증약은 저녁에 먹는 것이 원칙인데,
이렇게 따로 먹으면 실제로는 환자가 복용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꺼번에 먹도록 하는 것이 낫다. 이 경우 아침에 먹게 하면 혈
당이 너무 떨어져 안 되고, 저녁 식사 전에 복용하게 하면 술을 마실 때
는 약을 복용할 수 없기도 하고 복용을 잊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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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는 당뇨약 복용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아침을 안 먹으니 점심 식
사 30분 전에 복용하도록 지시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약사가 지시한대로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30퍼센
트밖에 안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환자가 기억하기 쉬운 시
간이나 방식을 택해야 잊지 않고 복용할 수 있다.
일반 소염진통제와 COX-2 저해제(유해 반응을 현저히 감소시킨
관절염 치료제)가 효과와 부작용 면에서 어떤 차이가 나는지 설명할 때
나는 다음과 같은 비유를 곧잘 든다.
“시위대가 인천에서 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로 진출하려고 해요.
이를 막기 위해 경인고속도로와 제2경인고속도로를 모두 차단하는 경
우와 제2경인고속도로만 차단하는 경우는 효과나 부작용 면에서 차이
가 있겠죠? 다 막으면 효과는 좋겠지만 다른 차량 통행에도 지장을 주
니까 부작용도 심하고 하나만 막으면 부작용은 적겠지만 효과도 약하
고. 그렇겠지요?”
“고혈압 약을 왜 한꺼번에 4종류나 먹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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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약으로 ARB, Ca-blocker, beta-blocker, 이뇨제의 4종이 동
시에 처방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물어 오는 환자들에게도 쉬운 비
유를 들어 설명해 준다.
“비포장도로의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방법을 한번 생각해 보
지요. 일단 도로를 포장하는 방법이 있겠죠. 도로를 확장하는 방법도
있고요. 또 교통 흐름을 막는 건널목을 줄이거나 신호등을 조정하는 방
법도 있고요. 이 도로로 진입하는 차량을 다른 곳으로 빠지게 해 교통
량을 줄이는 방법도 있겠지요.”
이렇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면 머리에 쏙 들어온다며 매우 고
마워한다. 이처럼 약의 효능이나 복용 방법, 메커니즘, 부작용, 배합 금
기, 주의사항 등 의약품에 대한 설명을 환자들이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약의 효과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개업, 이전, 의약분업… 파란만장한 40년
나는 개국약사 이미지가 좋아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약사가 되는
것을 꿈꿨다. 대학에 들어갈 즈음 제약학과가 생겼고 전망을 고려해 제
약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제약회사에 들어가 6년간 근무했으나 결
혼하자마자 퇴직하고 빚을 얻어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약국을 열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그때는 보증금에 적당한 인테리어만 갖추
면 얼마 안 되는 도매 품목을 제외하고는 제약회사에서 대부분의 약품
을 처음부터 신용으로 제공해 주었다. 운영은 처음부터 그런대로 잘돼
이후 집도 사고 아이 둘을 낳아 기르다가 서울 구로구 오류동을 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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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는 서구 신현동 아파트 단지 내에 잠시 있다가 부평구 산
곡동으로 옮겨 와 백화점 구내약국을 13년간 운영했다. 근무약사 1~2
명에 일반 직원 3~4명 등 합해서 6~7명이 근무하는 이른바 대형약국
이었다.
그런데 약국이 일반 매장에 오픈돼 있어서 접근성은 좋았지만 매우
시끄럽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일요일은 항상 근무하고
월요일만 쉬는데 그것도 세일을 비롯한 온갖 이유로 빼먹기 일쑤였다.
나는 물론 약국 직원들도 쉬지 못하고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심지어 손님이 약국을 향해서 오면 지겹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과로
로 3개월간 목소리가 안 나와 입원한 적도 있다. 약국 근무를 겨우 끝내
고 집에 가서는 끙끙 앓기를 6개월간 계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시기
는 경제적으로나 경영 면에서 내 약국 인생의 최전성기라 할 수 있었다.
1999년 백화점에서는 슈퍼마켓이 있는 1층에서, 통행이 가장 적어
매출에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지하층의 가전제품 매장으로 옮길
것을 요구했다. 이런 일은 백화점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게다가 그
이듬해에는 의약분업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 백화점 구내에는 처방전
을 발행할 의료 기관이 전무했다. 일반약 판매만으로 약국을 운영해야
할텐데 접근성도 좋지 못한 지하층으로 자리를 옮기면 도저히 승산이
없었다.
결국 2000년 남동구 구월동 50평짜리 대형약국으로 자리를 옮겼
다. 모든 약사가 그러했듯이 완전 의약분업이 시작되면서 격무에 시달
리게 되었다. 전엔 들어 본 적도 없는 수많은 치료제에 대해 석 달간 약
사회에 매일 밤 모여 12시가 넘도록 공부해야 했고, 새로운 컴퓨터 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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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을 늘리느라 인테리어도 바꾸고 근처 의원 여섯 군데에서 처방약 목
록을 받아 수천 종이나 되는 약을 주문해 진열하고 이름과 낯을 익히는
작업으로 막바지에는 며칠 밤을 새우다시피 하기도 했다.
이곳은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면적이 넓고 근처에 소아과
와 내과, 정형외과가 있어 그런대로 경영은 수월할 것 같았다. 거창하
게 개업식도 갖고 시작한 약국은 매약도 상당한 수준이고 처방이 하루
에 180건 정도나 나와 약사 2~3인, 처방전을 입력하는 전산원 3~4명
등 6~7명이서 하루 종일 정신없이 일 처리를 하며 지냈다.
3년이 지나 차차 업무에도 익숙해져 편안해지는가 싶었더니 60미
터 떨어져 있는 내과, 정형외과 바로 옆에 새 약국이 들어서면서 경영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인원을 반으로 줄였다. 그래도 매약 판매가
많아 견딜 만했다. 하지만 가까이 있는 주공아파트 재개발이 시작되면
서 소아과마저 폐업하고 나니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이전을 결심하고 남구 주안동 신기시장 근처 신축 건물에 점포를
구입해 문을 열었다. 그러나 내 점포를 갖게 됐다는 기쁨도 잠시, 같은
건물에 들어온 내과 의원이 경영 실패로 1년 만에 떠나가는 상황에 부
닥쳤다. 평생 최초로 5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쓴맛을 보고 인생의 나락
에까지 떨어질 뻔한 시간들이었다. 그러다 2009년 지금의 위치로 와
재기하게 되었다. 이 기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참혹했던 시기로 길이길
이 기억될 것이다. 두 번 다 의원 이전이 결정적 이유였다. 지금은 임대
점포에서 아내와 단 둘이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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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국약사에게만 주어진 축복
나는 3년 전부터 근무 중 짬짬이 글을 쓰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
며 즐겁게 지내고 있다. 밤 8시 이후에는 매일 1~2시간씩 달리기를 한
다. 약사 동호회에 가입해 마라톤 대회에도 출전하고, 매월 고교 동기
생들과 서울 근교로 등산을 가기도 한다. 평일 저녁 8시면 조제가 끝나
니 친구도 만나고 모임에도 나간다.
약사 중에서도 나는 약국 업무 외에 약사회 회무, 동창회 일 등 외
부 활동이 아주 많은 축에 속한다. 구청의‘지역 사랑 전문직 모임’회
장과 구정 자문위원장도 맡아 지역 사회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 2013
년부터는 구청에서 주최하는 건강 강좌를 기획해 의약품 강의도 시작
했다.
약국을 운영하며 근무 시간이 길어 개인 생활이 거의 없고 변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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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사 동호회에 가입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필자.
없어 다른 직종에 있는 친구들이 부러운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젠 상
황이 바뀌었다.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은퇴한 반면, 내 경우는 아직도
약국 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니 많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글도 많이 쓰고 라디오에 팝송도 신청하고, 설악산 대청봉과 공룡
능선을 무박 2일로 산행하기도 하고, 동창회, 약사회, 구청 일, 안 하는
게 없군. 이 나이에 마라톤을 풀코스로 완주하고. 너무 역주행하는 거
아냐?”
“그런가? 지금이 내 인생의 클라이맥스인가 보네.”
“60대 그랜드슬램 중에서 이제 지리산 종주 하나만 남았네.”
“그럼 그것도 한번 해 볼까?”
70세가 넘으면 근무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시간에 여행을
하거나 전에 배우다 중단한 기타 연주, 테니스 등의 취미 생활을 즐기
며 살다가, 80세에 이르면 완전히 은퇴할까 생각 중이다. 그러기 위해
서는 건강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서 자동차도 처분하고 밤마다 열심
히 달리고 있다.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늦은 나이까지 지역 주민들에게 약과 건강
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자력으로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은 우
리 개국약사에게만 주어진 축복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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