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만남(중부일보)
일반의약품과 마트(슈퍼)는 잘못된 만남이다.
현재 진통제와 감기약 등 일반의약품의 약국외판매제도가 입법예고돼 있어 국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우리는 미국의 제도를 많이 모방한다.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델국가이니까.
미국은 여러 면에서 선진이지만 미국식 제도가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미국에서는 총기소유가 자유롭다.
그 때문에 미국은 세계에서 생활 안전이 가장 취약한 나라로 꼽힌다.
의약품은 효과 못지 않게 안전성이 생명이다.허가과정이나 제조과정에서 미국은 안전성을 가장 중시한다.
선진국일수록 효과가 뚜렷한 의약품이라 할지라도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제조허가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인체에서 유해반응(부작용)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자국에서 개발한 의약품을 후진국에서 먼저
생산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미국에서 의약품은 제조까지는 안전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유통 즉 용약(用藥)에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이들이 많다.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로 커다란 사회적 문제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특히 청소년의 일반의약품 중독은 5% 정도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이는 통계로 확실히
입증되고 있다.
유통에 있어 우리는 미국에서 배우려 하면 안 된다.
의약품의 슈퍼판매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근거는 국민 편리도모와 경제적인 논리이다.편리는 어디까지나
안전을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의약품은 이런 면에서 위험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시행한다면
국가적으로 볼 때 득보다는 실이 훨씬 크다고 본다.
일단 시행이 된다면 그 혼란을 막을 방법이 없고 되돌리기도 지극히 어렵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진통제인 타이레놀의 간독성으로 미국에서 연간 5만 6천명의 응급환자가 발생하고 얼마 전 부작용문제로
제조가 금지된 콘택600처럼 대부분의 감기약에도 마약으로의 전용이나 대량 복용시 환각제로 사용이
가능한 성분들이 거의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
안전성에 대한 검증은 4대강 밀어 붙이듯 졸속으로 행해졌다.경제문제의 경우 의약품을 쉽게 사도록 해
소비를 늘림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함께 나라경제를 살리자는 것인데 과연 국가경영자로서 제 정신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찌 국민 특히 청소년에게 유해작용(부작용)이 있는 의약품을 많이 먹도록 해 경제를 살리려 한단 말인가!
그 경제는 누구의 경제인가?
대형마트의 매출을 늘리고 곧 사업을 시작하게 되는 조중동매 등 종합편성채널(종편)의 광고시장을
확대함으로써 이를 살리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일반 국민은 이를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
또한 심야,공휴일의 의료구매불편 해소를 위해서는 상비약의 약국외판매가 아니라 공공의료기관 등의
확충을 통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그 첩경이라는 점이다.이는 많은 선진국에서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다.약국외판매가 시행됐을 때 자가치료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전혀 받을 수 없어
의약료 서비스의 양극화현상이 일어나게 되며 반면 공공의원,약국제도를 시행하게 되면 양질의
전문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므로 이야말로 국민이 원하는 바라고 할 수 있다.
의약품의 약국외판매제는 편리를 빌미로 국민건강을 무시하고 오로지 대기업의 경제를 살리려는
아주 나쁜 정책이다.
의약품은 광고가 아니라 전문가인 약사의 지도와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