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약국과 슈퍼 사이

흑파 2011. 9. 17. 13:46

 

보건복지부의 의약품의 약국외판매를 위한 입법예고에 의하면 앞으로 일부 해열진통제와 감기약 등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된 가정상비약을 슈퍼마켓,대형마트,편의점 등 일용품 판매점을 통해 판매함으로써

야간이나 공휴일에 국민의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여러가지 면에서 정부가 과연 국민 건강을 위한 시책을 펼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국민들은 약국 뿐 아니라 의원 등 의료기관에 대한 불편을 동시에 호소하고 있으며 그 정도에 있어

의료기관에 대한 불만이 훨씬 큰 것이 밝혀졌다.

응급의료기관 이용시 응급환자가 아닌 경우 치료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므로 비용이 매우 많이 들며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없고 절차가 복잡하여 이용에 불편이 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일반인의 상비약 구비율은 90%를 초과하여 그 수요가 그리 많지 않으며 이는 그간 대한약사회의

심야약국 시범사업에서도 그 효용성의 한계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야간,공휴일에 국민들의 활용도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민불편을 빌미로 충분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의약품의 안전성에 대한 분류와

진지한 검증없이 막연하게 안전성이 확보됐다는 이유로 4대강사업 밀어 붙이듯 졸속으로 강행하고 있다.

필요성,안전성에 대한 검증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야.공휴일의 의료구매불편 해소를 위해서는 상비약의 약국외판매가 아니라 공공의료기관 등의 확충을

통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그 첩경이라는 점이다.

이는 많은 선진국에서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다.

 

의약품은 질병의 치료,처치,경감,진단에 사용하는 것으로 의료기구나 위생용품 등이 아닌 것을 말한다.

약은 질병을 치료하기도 하지만 유해반응(부작용)등 독성도 가지고 있다.

즉 약은 잘못 쓰면 독이 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6년제의 약학전문대학원을 운영하여 질병의 효과적 치료에 대한 임상적 적응 능력을

강화하는 수준높은 학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의약품은 질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도구일 뿐 아니라 그 사용에 신중을 기해 복용 방법이라던가

다른 질병과의 관계,나타날 수 있는 이상반응(부작용)에 대한 대응 등에 대해 좀 더 전문적인 서비스를

강화함으로써 질병 치료의 효율성을 높임과 아울러 이로 인한 역효과를 사전에 충분히 막도록 하자는 것이

그 취지이다.

최근에 시행을 앞둔 DUR도 이의 효과적 시행을 위한 방안으로 정부 주도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약국외판매가 시행됐을 때 자가치료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전혀 받을 수 없어 의약료 서비스의

양극화현상이 일어나게 되며 반면 공공의원,약국제도를 시행하게 되면 양질의 전문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므로 이야말로 국민이 원하는 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한편으로 정부는 편의성만을 앞세워 국민을 의약품 안전성의 사각지대로 몰고 있는 어이없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국민 특히 청소년의 의약품 오남용으로 인한 건강상의 폐해를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열진통제,감기약의 약국외판매 즉 슈퍼(마트,편의점)판매가 이루어졌을

때의 상황을 외국의 예와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종합해 알아 보기로 하자.

추진론자들이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의 예를 보자.

미국은 공공의료보험의 불모지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약국외판매를 시행하고 있으나

이로 인한 폐해가 극심하여 의사단체에서 조차 빨리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타이레놀의 경우 미국에서 연간 응급환자가 약 5만6천명에 이르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연간 7만명이

약물사고를 겪고 2백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 청소년의 5.3%(310만명)가 약물중독에 시달리고 있다.

약사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타이레놀로 1년에 2200건의 유해반응이 보고되고 있고

아스피린의 경우도 3년 동안에 1700건의 예가 보고 되고 있다.

그러면 약국외판매가 시행에 들어 갔을 때 취급업소인 대형마트,편의점,슈퍼마켓에서는 이들 의약품이

적절하게 관리될 수 있을까?

우선 걱정이 앞선다.

인천시약사회에서 최근 슈퍼마켓,마트,편의점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들은 취급품목 조차

구분을 못하고 일반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오인하고 버젓이 진열,판매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약국에서도

금지된 개봉(낱알)판매까지 행하고 있으며 이 약 저 약을 소분,조합해 사실상의 조제행위까지 하고 있다.

앞으로 지정,고시될 자유판매의약품 말고 이미 의약외품으로 지정돼 시판에 들어간 품목은 까스명수,

마데카솔연고,박카스F인데 실제로는 각 슈퍼마다 의약품인 까스활명수,마데카솔케어연고,박카스D를

진열해 놓고 판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의약품이 벌건 대낮에 엄연히 약국 밖에서 판매되고 있는데도 당국은 나 몰라라 하고 방치하고

있으니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이들의 의약품에 대한 관리행태와 당국의 감독이 얼마나 부실하겠는가를 이미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고 하겠다.

청소년의 약물중독과 남용문제도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진통제,감기약 등은 대량 복용시 환각제의 대용으로 충분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때문이다.

때로는 온라인을 통한 대량 구매가 횡행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보아야 한다.

약국에는 정기적인 단속을 실시하고 취급이 금지된 이런 업소에는 단속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는

치외법권지대가 되고 있으니 그야말로 개탄스럽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일반의약품의 약국외판매가 결정되기도 전에 엄청난 혼란상이 연출되고 있는데 앞으로 정식으로

판매된다면 그 혼란을 어찌 감당하려는지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정권은 대형마트를 무척 사랑하나 보다.

종합편성채널(종편)을 너무 편애하는 것 같다.

의약품은 광고가 아니라 전문가인 약사의 지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의약품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이리저리로 마구 자리를 바꿀 그런 만만한 물품이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약국외판매 제도는 국민불편을 구실 삼아 국민의 안전과 건강권을 무시하고 대형마트와 종편의

광고영역을 넓혀주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 아주 나쁜 정책이라 할 수 있다.